
[씨푸드뉴스=윤경숙 칼럼니스트] ‘충남수산물대축제’라는 이름을 보고 찾아갔다. 충남의 바다가 내어주는 다양한 수산물, 지역마다 다른 맛과 조리법,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내가 둘러보고 음식을 주문해 먹은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바다의 풍성함이 아니라 야외 먹거리 장터의 익숙함이었다.
사흘 행사에 7억 원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확한 예산과 집행 내역은 별도로 확인할 일이다. 하지만 금액을 떠나 물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이 축제는 무엇을 보여주기 위해 열렸으며, 방문객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메뉴판에는 꽃게탕, 새우튀김과 찜, 막회, 갑오징어숙회, 전어구이, 해물파전 등이 있었다. 수산물 요리는 있었다. 문제는 그 메뉴들이 충남의 바다를 얼마나 깊고 다채롭게 경험하게 했느냐는 것이다. 어디에서 나온 재료인지, 지역마다 어떻게 먹는지, 어민은 무엇을 자랑하고 싶은지 알기 어려웠다. 음식은 주문할 수 있었지만, 그 음식이 이 지역의 축제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번호가 불리면 음식을 받아 테이블에 앉는다. 운영의 편의를 위한 방식일 수 있다. 그러나 손님에게 음식을 건네는 절차가 곧 축제의 콘텐츠가 되지는 않는다. 수산물을 직접 살펴보고 고르는 재미, 생산자에게 묻고 배우는 시간, 낯선 조리법을 맛보는 경험이 빈약하다면 방문객에게 남는 것은 한 끼 식사와 결제 내역뿐이다.
행사장에는 여러 지역의 특산품도 진열돼 있었다. 초청 가수의 공연도 있었다. 각각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을 한데 모아놓았다고 저절로 수산물 대축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이름을 붙이고, 판매대를 세우고, 무대를 설치한 다음 사람들이 모이면 성공이라고 말하는 방식으로는 축제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없다.
한 관계자는 가수 팬클럽의 방문으로 매출이 나쁘지 않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상인에게 매출은 절실하다. 공연을 즐기러 온 방문객도 소중하다. 그렇기에 더욱 물어야 한다. 가수를 보러 온 사람이 충남 수산물의 매력을 알아가도록 어떤 경험을 설계했는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지역의 생산자와 상인을 다시 찾을 이유를 만들어주었는가.
방문객 수와 매출은 성과의 일부다. 그것으로 기획의 빈틈까지 덮을 수는 없다. 객석이 찼다는 사실은 공연의 흥행을 보여준다. 수산물 축제의 성공을 말하려면 수산물이 얼마나 주목받았고, 지역의 맛이 얼마나 기억됐으며, 생산자에게 어떤 기회가 이어졌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지역축제를 평가하는 우리의 기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으로 가득한 행사장 사진은 한눈에 성과처럼 보인다. 반면 방문객이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기억했는지는 사진 한 장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묻고 살펴야 한다. 눈에 잘 보이는 규모만 평가하면 기획도 규모에 매달리게 된다. 무대는 커지고 이름은 거창해지는데, 정작 축제의 주인공은 희미해질 수 있다.

‘충남’이라는 이름에는 지역을 대표한다는 책임이 따른다. ‘수산물’이라는 이름에는 바다와 생산자를 중심에 놓겠다는 약속이 담긴다. ‘대축제’라는 이름에는 평소와 다른 풍성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기대가 붙는다. 이름은 홍보 문구이기에 앞서 방문객과 맺는 약속이다. 그 약속을 감당하지 못하면 큰 글씨로 적힌 이름만큼 실망도 커진다.
셰프로서 아쉬운 것은 좋은 재료를 소개할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같은 생선도 산지와 손질,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어민의 설명 한마디가 평범해 보이던 재료를 다시 보게 하고, 지역 주민이 오래 해 먹던 음식 한 접시가 그곳을 기억하게 한다. 이런 구체적인 경험을 만드는 일이 식문화 축제의 기획이다.
지역별 수산물을 작은 접시로 비교해 맛보게 할 수 있다. 어민과 조리자가 함께 재료를 설명하고 요리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맛본 수산물을 어디에서 다시 살 수 있는지 안내하고, 지역 식당으로 발길을 이어줄 수도 있다. 거대한 시설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무엇을 중심에 놓을지 먼저 결정하고, 그에 맞춰 예산과 공간과 사람을 배치하면 된다.
지역민에게는 좋은 축제를 누릴 권리가 있다.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즐길 기회가 반갑다는 이유로 음식과 체험의 완성도까지 낮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방문객에게도 지역의 이름에 걸맞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지역의 생산자에게는 자신의 재료와 솜씨가 제대로 소개될 무대가 필요하다. 축제는 이 세 가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내가 기대한 것은 모든 수산물을 한자리에 쌓아놓은 거대한 행사가 아니었다. 충남의 바다가 왜 풍성한지, 그곳의 수산물이 왜 맛있는지 몸으로 경험하는 자리였다. 작은 시장이어도 좋다. 몇 가지 음식만 있어도 좋다. 그 재료와 맛을 제대로 만나게 해준다면 다시 찾아갈 이유는 충분하다.
축제장에서 돌아와 오래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이렇게 많은 것을 차려놓고도, 왜 정작 바다는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을까. 다음 축제를 준비한다면 그 질문부터 붙들어야 한다. 행사를 얼마나 크게 열 것인지에 앞서, 사람들이 무엇을 맛보고 누구를 기억하며 돌아가게 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수산물 대축제라면 끝내 가장 선명하게 남아야 할 것은 충남의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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